2009년 9월 14일 월요일

성인용품, 아직도 숨어서 사세요?

‘변태’ 선입견 벗어나 당당히 세상 밖으로…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생활의 활력소
성인용품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이 성인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남호진 기자> “성인용품은 제2의 인생을 살게 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입니다.”한 성인용품업체 간부 김상두씨(가명·49)의 지론이다. 김씨가 이렇게 성인용품에 대해 자신의 지론을 강변하는 이유는 경험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 전 고교 동창모임에서 여성용 ‘젤’을 200여 명의 동창에게 선물했다. 중년 부부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용품’(?)이라고 믿어서다. “동창들에게 ‘젤’을 선물했더니 다들 황당해 하더군요. 일부 동창은 ‘장난하느냐’며 비웃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부부간 행복이 (젤 용품 때문에)찾아올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꼭 사용해 보라고 권했지요. 며칠 후 동창들로부터 그동안 소원했던 부부관계가 젤 사용으로 인해 호전되었다는 안부 전화를 받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그는 감사 전화를 해온 동창들에게 “40대 중반 이후의 폐경기 여성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성행위 때 질 분비물 양이 적기 때문에 겪는 고통”이라며 “남성과 달리 여성은 무리한 성행위가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또 “젤만 제대로 사용하면 위생뿐만 아니라 성적 느낌도 좋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후로 동창모임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오랫동안 성인용품업체에 몸담으며 터득한 ‘성 지식’이 한껏 발휘된 경우다.부부금술이 좋아야 가정 화목
성인용품 상점에 30~40대 직장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성인용품이라고 무조건 터부시 할 필요는 없다”면서 “성인용품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 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부부가 좋아야 가정이 화목할 수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면서 “가정의 평온 중심에 부부간 원만한 성도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으로 치우치지 않더라도 성을 자연스럽고 고귀하게 받아들여야 가정의 평화가 지속된다는 지론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혼의 사유 가운데 성 트러블이 적지 않은 것은 가정에서 부부간 성문제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이혼은 결국 결손가정을 만들고 사회적으로 비행청소년까지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이 억지만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성 지식을 과용하거나 잘못 알려진 성 지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성기 단련법이 유행했다. 한 회사원의 경험담은 당시 얼마나 많은 남성이 성기능 강화에 관심을 가졌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회사원 강현수씨(4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군복무시절 한 고참이 아침마다 자신의 성기(귀두)에 칫솔질을 하는 광경을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면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성기 단련법을 따라하다 결국 그 고참은 염증이 생겨 군병원신세를 졌다”고 회고했다.눈물겨울 정도로 한국 남성들은 자신의 성기 강화(?)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성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대부터는 성에 대해 강박증조차 생길 정도다. 오죽했으면 4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이 ‘아내의 샤워 소리에 잠자는 척을 했다’라는 웃지 못할 일화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온·오프라인서 영업 2500여 곳
성인용품 가운데 대표적인 콘돔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성인용품 시장도 본격 개화하고 있다.사회적 체면 등을 이유로 선뜻 성인용품 상점을 찾지 않던 직장인들이 성인 용품점을 찾거나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 직장인이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분명 관심도는 높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성인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청춘’의 정종혁 대표(40)는 “몇 년 전만 해도 성인용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변태’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요즘은 고객층도 다양하고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성인용품은 소외된 계층에게 중요한 도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 성인용품점이라는 타이틀로 영업 중인 업소는 25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온·오프라인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성인용품 숍)을 통해 물건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품은 국산과 수입제품이 절반씩을 차지한다.성인용품상점 창업 업종으로 각광상황이 이렇자 창업 업종으로 성인용품판매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성인용품 도매업체 등에는 창업을 상담하는 창업 준비생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 창업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데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대략 적게는 500만 원에서 1500만 원대의 초도 물품비용과 임대료 등을 포함해 3000만∼5000만 원이면 창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서버 비용 등을 제외하면 초도 물건값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한 대형 도매업체 대표는 “요즘 들어 창업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온다”면서 “창업비용이 저렴한데다 생각보다 위험부담이 적어 초보 창업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성인용품이 불결한 용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어 성인용품시장은 전망이 밝다”면서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성인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종도 활황세를 보이는 것이다.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현재 성인용품점은 대부분 완구점 형태로 영업 허가를 받는다. 공식적으로는 업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인용품을 담당하는 부처도 없다. 일부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제품은 관리 주체가 없다.“정확한 관련규정 도입 시급”
2006년 서울 섹스포 기념 사진. <경향신문> 관리주체가 없다는 것은 법적으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혹 당국이 음란물로 단속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관련협회 등은 정확한 규정 마련을 위해 주무 부처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에서 정하는 기준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또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보니 수출과 수입에도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다. 수요가 있는 만큼 수입과 수출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필요한 것은 경제의 기본 원칙”이라며”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관련 규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숨어서 제조하고 판매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대부분 제품이 위생상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제품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를 명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관련 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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